책소개
불교 유서 편찬의 새 장을 열었다
불교학사에서 ≪법원주림≫은 최초이자 최대의 불교 백과전서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법원주림≫은 위진남북조 시대를 거쳐 당대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중국 유서(類書) 편찬의 시대적 분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 중국의 고유 유서의 분류 방식인 ‘하늘(天) → 땅(地) → 사람(人) → 사건(事) → 사물(物)’이라는 주제별 분류 방식의 영향을 받고, 여기에 불교의 경(經)·율(律)이 가지는 본래의 체제를 곁들여 세부 항목을 나눴다. 또한 인도 불학의 이론을 기초 삼아, 중국과 인도의 문화적 특징을 융합하여, 불경과 함께 중국의 속서(俗書)들을 널리 인용하여 편찬한 결과물로서, 규모가 방대할 뿐 아니라, 내용과 논리가 세밀하고, 전거가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어, 가히 불교 유서 편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법원주림≫은 불전을 광범위하게 인용하는 것 외에도, 불교 외의 중국 전적들을 널리 수록하여, 그것으로 불법에서 설파하는 것이 거짓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외전(外典)의 인용은 중국 고대 성현들의 권위를 빌려 불법의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의 지괴(志怪) 이야기를 널리 채록하여 중국 지괴를 역사 기록의 한 부분으로 설정하고 있다. 도세는 중국 고유의 이야기들을 널리 인용해 그것을 불법 신봉의 도구로 삼고 있다. 즉 이런 방식을 통하여 중국의 문인과 민중들이 불법의 내용을 더욱 신봉하게 만들고, 나아가 인도 문화와 중국 전통 문화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생동적이고 간결한 이야기
중국 문학사에서 ≪법원주림≫은 그 안에 담겨 있는 풍부한 서사와 상상력으로 인해 중국 서사문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정문 속에 인용되어 있는 불경 고사들은 많은 부분이 인도 민간 고사에서 기원한 것들이다. 인도는 예부터 세계 민간 고사의 보고로 일컬어져 왔는데, 이는 인도의 민간 고사가 수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종류와 내용 면에서도 풍부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인도 불교는 난해한 육도윤회(六道輪回)나 인과응보 등의 사상에 대해, 이를 민간 고사와 같은, 거칠고 소박하긴 하지만 형상성이 풍부한 감성적 방식으로 민간에 전파하여, 민간 문학 예술의 한 장르로 편입시켰다. 승려나 불교도들이 편찬한 이런 고사집들은 민중 불교의 확산과 숭불(崇佛)의 실천에 일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생동적이고 분명하게, 간결한 문체로 쓰였다. 불전 속에 수록된 이런 이야기들의 내용과 표현 기법은 중국 서사문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문뿐 아니라 ≪법원주림≫ 100편 가운데 총 73편의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감응연(感應緣)’ 항목 안에는 중국의 많은 감응 고사들이 증험(證驗)의 실례로 수록되어 있다. 감응연 수록 이야기는 육조 시기부터 당대 초기까지 불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명상류 지괴소설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명상류 지괴 이야기들은 그 서사 방식과 이야기 구조 등에서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 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이전까지의 중국 본래의 소설과는 많은 점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불교 유입 이후 그것이 중국 서사문학에 가져다준 거대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200자평
총 100권 100편으로 구성된 불교의 백과전서다. 불학 측면에서 최초의 불교 백과전서라는 점, 중국과 인도의 세계관이 잘 융합했다는 점 등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학 측면에서도 풍부한 서사와 상상력으로 인해 중국 서사문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방대한 분량 가운데 중국 불교사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잘 나타내 주고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했다.
지은이
도세는 당 고종 때의 승려로 속성(俗姓)은 한씨(韓氏)이며, 자는 현운(玄惲)이다. 12세에 청룡사(靑龍寺)에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태종(太宗) 정관(貞觀) 말엽부터 고종(高宗) 현경(顯慶) 연간까지 현장(玄奘) 법사가 자은사에서 서역 불경의 번역 사업을 진행할 때 황제에 의해 발탁되어 역경(譯經)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후에 서명사로 초빙되어 중국 율종(律宗)의 시조인 도선율사(道宣律師)와 함께 기거했다. 출가한 이래 율종을 받들어 불법 가운데에서도 율의(律儀)에 특히 통달하여 도선과 함께 당시 최고의 불교 거장으로 꼽힌다. 도선율사와 불교의 포교에 힘쓰는 한편 저술에도 주력했다.
도세의 저술 편찬 업적은 전적(典籍)의 종류에 따라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초소(鈔疏)와 주경(注經) 같은 경전 해설류의 전적들로, ≪사분율토요(四分律討要)≫ 5권과 ≪사분율니초(四分律尼鈔)≫ 5권, 그리고 ≪금강경집주(金剛經集注)≫ 3권 등 총 10부(部) 153권의 전적을 정리했고, 두 번째는 율종 관련 전적으로 ≪수계의식(受戒儀式)≫과 ≪예불의식(禮佛儀式)≫ 등의 저작을 남겼으며, 끝으로 다양한 불교 관련 지식들을 백과전서 형태로 모아놓은 철집류(綴輯類)로서 ≪법원주림≫과 ≪제경요집(諸經要集)≫ 등을 편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공력을 들였고, 또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역시 세 번째 부류의 전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입적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입적 후 당시 사람들이 그를 호법보살(護法菩薩)로 칭송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옮긴이
안정훈은 1969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88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여 1997년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중국 상하이(上海)의 푸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박사논문은 <법원주림 서사구조 연구 (法苑珠林敍事結構硏究)>).
전공은 중국 고대 문학이며, 특히 고대 서사문학과 문헌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불교 전래 이후 지괴의 서사 특성상의 변화 (佛敎傳入後志怪敍事性格的變化)>, <중국문학과 목록학에서의 유서(類書)의 자리>, <고대 중국과 인도의 지리 관념에 대한 비교 고찰>, <불교설화의 중국화(中國化) 과정 고찰을 위한 시론(試論)> 등이 있다.
2004∼2005년에는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원 및 시간강사로 근무했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문(序)
삼계편(三界篇) 권2(卷二)
1. 사주부(四洲部)
(1) 술의부(述意部)
(2) 회명부(會名部)
(3) 지량부(地量部)
(4) 산량부(山量部)
(5) 계량부(界量部)
(6) 방토부(方土部)
(7) 신량부(身量部)
(8) 수량부(壽量部)
(9) 의량부(衣量部)
(10) 우열부(優劣部)
신이편(神異篇) 권28(卷二十八)
(1) 술의부(述意部)
(2) 근통부(觔通部)
(3) 항사부(降邪部)
(4) 태잉부(胎孕部)
(5) 잡이부(雜異部)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여자가 임신해 7일이나 8일이 되면 아기를 낳는데, 딸이거나 사내거나 태어나면 곧 네거리에 버리고 간다. 그러면 여러 행인들이 그 곁을 지나다가 손가락을 내밀어 빨리는데, 손가락에서 단 젖이 나와 아기 몸에 두루 퍼지게 된다. 아기는 7일이면 다 자라 보통 사람들과 같아지는데, 사내아이는 사내 무리로 향하고, 여자아이는 여자 무리로 향한다. 그들은 목숨을 마쳐도 울지 않고 시체를 깨끗이 단장하여 네거리에 두고 가는데, 우위선가(憂慰禪伽)라는 새가 그 시체를 옮겨다가 다른 곳에 갖다 둔다.
-57쪽